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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속의 섬 우도로 오세요.]

by 산들바람 k9 2007.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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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속의 섬 우도

[한겨레] 해안절벽 서빈백사 동안경굴‥
그림이다, 그림!

섬으로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여행자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뭍에서 멀어지면서 일상 탈출을 실감하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처럼 덩치 큰 섬에선 이런 탈출 기회가 또한번 주어진다.


마라도·가파도·차귀도·비양도·우도…. 제주도를 둘러싼 크고 작은 유인도들은 사실 제주도보다 더 제주도적이다. 휴양지로 잘 가꿔진 본섬에 비해, 아직은 투박하고 거친 옛 풍경과 정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섬이라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을 때, 새로운 섬으로 설레는 여행을 떠나볼 만하다. 제주도에 딸린 섬들 중 가장 크고 볼거리도 많은 우도를 찾아간다.

때묻지않은 제주도 옛정취 간직
우도는 성산포 북동쪽 앞바다에 있다. 남북 3.53㎞, 동서 2.5㎞, 둘레 17㎞의 아담한 규모지만, 깨끗한 해수욕장들과 말이 뛰노는 널찍한 목초지, 아찔한 해안절벽들로 그림같은 풍경을 보여주는 섬이다. 섬 동남쪽 해발 132m의 소머리오름(우도봉)을 제외하곤 평지로 이뤄졌는데, 이 모습이 누운 소를 닮았다 하여 소섬, 즉 우도라는 이름을 얻었다.

성산포항을 떠나, 바다에 잠긴 성산 일출봉 경치를 잠시 눈에 담는 동안 배는 우도 천진항에 도착한다. 여기서 순환버스를 타고 섬을 일주하며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는 곳이 목초지로 이뤄진 소머리오름 부근이다. 움푹 패인 낭떠러지 해안을 바라보며 꼭대기를 향해 풀밭을 걸어오르노라면, 유람선 드나드는 천진항과 멀리 솟은 성산 일출봉의 자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무료 망원경을 통해 풍경을 세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 말을 타고 풀밭을 달리는 승마체험(8000원)도 인기다.

산호모래 알고보니 홍조류 모래밭
동쪽 해안, 영일동(옛 후해동)에선 검은 모래로 이름난 검멀레해안과 우도8경에 속하는 후해석벽(後海石壁), 동안경굴(東岸鯨屈)을 볼 수 있다. 석벽은 높이 20여m, 폭 30여m의 우도봉 밑 절벽이다. 후해동이란 ‘뒷바당’(뒤에 있는 바다)에서 나왔는데, 우도에 처음 들어와 살았던 ‘김석린 진사’ 집터의 뒤쪽 바다를 가리킨다고 한다. 동안경굴은 콧구멍굴이라 불리는 작은 굴을 통해 다시 고래가 살 정도로 커다란 동굴로 이어지는 2중동굴을 말한다.


여성 900여명중 절반 아직 물질
우도 관광객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해수욕장이다. 작은 섬이지만 깨끗한 해수욕장이 두개나 있다. 서빈백사(西濱白沙)라 불리는 ‘산호모래 해수욕장’과 하고수동 해수욕장이다. 산호모래 해수욕장은 지금까지 산호가 부서져 이뤄진 새하얀 모래밭으로 이름높았으나, 최근 산호모래가 아닌 굳어진 홍조류가 부서져 만들어진 모래밭으로 확인됐다. 우도면 쪽은 곧 해안 이름을 바꿀 계획이다. 여기서 제주도쪽 경치를 구경하며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하고수동 해수욕장은 일반 모래로 이뤄졌지만, 널찍하고 완만하기로는 ‘산호모래’쪽보다 낫다. 두 곳 모두 검은 현무암 바위무리와 어울려 있어 경치도 좋다.

우도를 더 알려면 마을 안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낮은 돌담이 이어진 마을길에선 주민들이 우뭇가사리 등을 말리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도에선 미역·우뭇가사리·감태 등 해초류가 많이 난다. 태풍이 한번 지나간 뒤엔 해안마다 해초들이 엄청나게 밀려온다고 한다. 옛날엔 이런 ‘번안지’(해안에서 그냥 주울 수 있는 미역·우뭇가사리)를 주워다 말려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다고 한다. 전복·소라 등 각종 해산물이 풍부해, 아직도 해산물 채취로 수입을 올리는 해녀들이 많다. 우도 주민이 1700여명인데, 여성 900여명 중 절반 가량이 지금도 물질을 직접 한다.

마을길 곳곳을 둘러보려면 선착장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게 좋다. 1시간 3000원, 3시간 9000원, 하루 1만원이다. (064)783-0516. 순환버스는 2대가 있다. 5000원. 주요 관광지에 내려 구경한 뒤 다음 버스를 타고 계속 이동할 수 있다. 우도면 사무소 (064)783-0080.


뭍에는 유관순, 우도엔 강관순
생긴 모습은 소를 닮았지만, 우도는 조선시대엔 말 사육장이었다. 숙종 때인 1697년 150여필을 우도에 풀어놓고, 중앙에서 관리했다. 1843년 헌종 때 이르러서야 말들을 제주도의 다른 목장으로 분산시키고 주민의 이주·경작을 허가했다. 따라서 우도의 각종 제단이나 마을에서 재앙을 물리치기 위해 쌓은 방사탑(둥근 돌탑), 연대(봉화대), 집터에서 나오는 백자 조각 등 유물들은 대부분 조선 후기의 것이다. 선사시대 유물로는 초기 철기시대의 고인돌로 추정되는 돌과 돌도끼·몽돌 등이 발견됐다.


32년 일제 수탈 맞서 해녀항쟁 벌여
장방형으로 돌을 쌓아올린 망대는 1948년 제주4·3항쟁 당시 망을 보기 위해 쌓은 것이라고 한다. 전흘동 망대(답다니탑)와 비양도 망대가 남아 있다.

우도는 해녀의 섬이다. 토박이 성인 여성들이면 거의가 물질을 했었거나 지금 하고 있는 해녀라고 보면 된다. ‘해녀의 섬’이란 별칭에 걸맞는 역사도 갖고 있다. 1932년 일제의 해산물 착취와 상권 독점 등 수탈이 극심해지자 우도를 비롯한 세화·구좌·성산 등의 해녀들이 떨쳐 일어나 주재소를 습격하는 등 거세게 항거했다. 이 해녀항쟁은 전국 최대규모의 어민 운동이자, 유례없는 여성 집단의 항일 운동으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옥고를 치른 우도 출신 강관순은 옥중에서 ‘해녀의 노래’를 지어 보급해 항일의식을 고취시켰다고 한다. “…/배움없는 우리 해녀 가는 곳마다/저놈들의 착취기관 설치해 놓고/우리들의 피와 땀을 착취하도다/가엾은 우리 해녀 어디로 갈까.” 나이 든 해녀들 중엔 당시 야학 선생에게서 은밀히 배웠다는 이 노래를 지금도 즐겨 부르는 이가 많다. 천진항에 우도 해녀 항일운동기념비가 있다.

우도 속의 섬 비양도
우도에서도 섬으로 떠나는 설렘은 계속된다. 우도 동북쪽에 우도 속의 섬 비양도(飛陽島)가 있다.

제주도엔 두 개의 비양도가 있다. 한림 협재해수욕장 앞바다의 ‘서비양도’와 우도의 ‘동비양도’다. 한라산을 가운데 두고 양 날개를 이뤄 날아오르는 모습이라고 한다. 본디 우도의 비양도는 ‘볕 양(陽)’을, 한림 비양도는 ‘떠오를 양(揚)’을 쓴다.

섬이라지만 120여m 거리인데다, 돌로 쌓은 다리로 연결돼 있어 설렘은 덜하다. 주민들이 ‘드(아래 아)리성창’이라고 부르는 석축이다. 일제 때(1930년대) 주민들이 곡식과 돈을 거둬 어렵사리 석축을 쌓았다. 그러나 이 석축은 59년 태풍 사라가 쓸어가 다시 쌓아야 했다. 지난해엔 이 석축에 물길을 뚫어 비로소 ‘다리’가 됐다. 석축에 막힌 물이 한바퀴 돌아나가며 모래를 물위에 띄워 모래허당이 만들어지는데, 이게 모래밭인 줄 알고 발을 디딘 아이들이 해마다 한두 명씩 빠져 죽었다고 한다. 비양동 주민 김광석(36)씨는 “물길을 뚫은 뒤 사고도 없고, 우도 출신 인물이 승승장구하는 등 운이 틔었다”고 말했다.

120m 돌다리로 연결
망대·돈짓당등 남아

주민들은 비양도를 우도 쪽 비양동과 구분해 ‘안비양’ 또는 ‘뜬(아래 아)비양’이라 부른다. 비양동과 안비양은 하루에 두번씩 모래밭(깅이모살)이 드러나 이어진다. 게와 색깔이 비슷한 모래밭이라는 뜻의 ‘깅이(게)모살(모래)’이다. 돌그물을 쌓아놓고 물이 빠지면 ‘족바지’(일종의 뜰채)로 ‘멜’(멸치)을 떠 잡던 곳이기도 하다.

비양도엔 겉보기에 펜션 한 채와 등대 하나가 우뚝할 뿐 황량해 보인다. 그러나 봉화를 올리던 연대와 바다를 관찰하던 망대, 제를 올리던 돈짓당 등을 만날 수 있다. 돌로 쌓은 제단 돈짓당(영등할망당)은 영등신(바람의 신)에게 제를 올리던 곳이다. <우도지>에 따르면 비양도는 제주도에 들어온 영등신이 통과해 빠져나가는 곳이다. 이 당을 ‘개당’이라고도 하는데 정월 보름이나 2월 또는 고기잡이 나갈 때 돼지머리를 가지고 와서 제를 지낸다고 한다.

섬 같지 않은 섬이지만 주민들에겐 해산물의 보고다. 전복·소라·오분자기 등 우도 주요 해산물의 4분의1 가량이 비양도 부근에서 나온다. 뱅어돔·우럭이 잘 낚이는 낚시포인트는 광대코지 밑 ‘서등머흘(자갈)’이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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