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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바람-영상시

공원 풍경 2 시 돌샘/이길옥

by 산들바람 k9 2021. 2. 21.
    공원 풍경 2 시 돌샘/이길옥 공원 구석에서 오랜 세월을 묵묵히 견디며 각질이 벗겨지고 살이 부르트면서도 숱한 추억들을 가슴에 묻은 채 끝내 입을 열지 않는 지조 하나로 버텨온 인내력을 흙먼지에 버무려 벌어진 틈에 끼워 넣고 티 내지 않는 의자의 허리에 일과를 마친 노을이 걸터앉아 피곤을 달랜다. 매일 같은 궤적을 순회하면서 이상 유무를 점검하느라 진땀 흘리며 터득한 묵언 수행으로 공원에서 벌어졌던 크고 작은 사건들을 발설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의자에 내려놓은 노을이 근질근질한 입을 쓱 문지르고 나서 의자의 속내를 들여다본다. 날마다 새롭게 벌어진 사건을 잠잠히 지켜본 의자나 한 길을 드나들며 눈 여긴 햇무리나 동병상련을 앓으며 묵언의 달인이 되어가는 동안 공원에서는 새로운 역사가 술렁이고 있다.